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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쓰는일기

일상(2020.05.16)

by 미류맘 2020.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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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QT와 일기를 매일 병행하기로 했다.
일기 아이디어는 미류 생각인데 일기와 감사일기를 같이 쓰려고 한다. 
비밀이 아닌 글만 공개하고 개인 내용은 블로그에 비밀글로 올리기로...

이틀 전 다리가 다쳐서 우리집에서 보름간 같이 지냈던 언니가 집으로 돌아갔다. 
병원에서 쓰던 짐과 냉장고 짐을 정리하니 차로 한 차가 나온다. 
4월 30일 퇴원했으니 딱 보름만이다. 
아파서 매일 낑낑대던 소리를 듣지 않으니 시원할만도 하데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되었다. 

어제는 비가 많이 왔는데 우비를 쓰고 앞산에 갔다. 시끄럽던 공원이 비 덕분에 한산해서 좋다. 
비 소리 들으며 운동하는 기분도 나쁘지 않고... 
며칠 전 산책 중 목덜미가 가려워 손으로 긁었더니 푸른 액채가 묻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내려오는 길 운동할 때 만나던 분이 목에 큰 송충이가 붙었다고 떼어 준 기억...
앞서 떼어낸 푸른 액체가 송충이가 잘린 것이었다 ㅠㅠ 
너무 가려워서 어제는 산책하고 아침먹고 피부과에 갔는데 송충이 때문에 그럴 수 있단다. 
약 처방받고 주사 맞고 돌아왔는데 아직도 온몸이 가렵다. 

오늘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성경공부하고 6시에 산책을 나섰다. 
비가 아직 꼬물대는데 송충이 때문에 혼이 나서 버그키퍼 뿌리고 잠바 입고 버릴 옷가지 챙겨서 나갔는데
답답해서 다시 가벼운 잠버로 갈아입고 나셨다. 
버릴 옷으로 차를 닦는다고 닦았는데 닦고 나니 색과 차종은 내 차와 같은데 남의 차를 세차했음~

아침부터 별 일을 다한다 싶었다.
세심천을 끼고 우측으로 올라가면 나의 산책로가 시작된다. 우선 달리기 기구로 향하는데 다른 분이 사용 중... 헐!
바로 내려와서 달리기(워킹트레이너) 700회 실시, 양팔 당기기 운동하고(오버헤드폴러), 손 돌리기 운동(큰 활차머신), 앉아서 손잡이 미는 운동(체어웨이트) 하고 있는데 매일 뵙는 할머니 한분이 오신다. 

심심해서 나오시는 분 같은데 주로 멍하니 운동기구 앞 벤치에 앉아 계시다가 일전에 사탕 하나 빼서 물고
훽하고 사탕껍질 버리시길래 관찰하다가 비닐껍질 버리시지 말라고 했는데 못 들은 척하신다.
나름 규칙적으로 생활하신다 그 시간 되면 벤치에 앉아서 사탕 빨아 드시고...
자주 뵙는 할아버지들 만나면 슬슬 정상으로 올라가시곤 한다.
그 할아버지들에게도 사탕 주시던데 눈여겨 살폈다. 그분들도 비닐 바닥에 훽 버리시는지...
다행이 비닐을 주머니에 박어 놓으신다. 

그쪽에서 자주 뵙는 분이 아직 안 보인다. 매일 아퍼서 내가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오다 가다 어런 반갑기도 하고 저런 이야기도 두런두런 나누기도 하는데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 흉도 보고(교회 다니는 사람이 이러면 안되는데...ㅠㅠ)

운동하다가 보면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모습으로 만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름을 모르니
대화하면서 공감되는 단어로 별명으로 부르곤 하는데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기도...

우리가 앞산 정상이라고 부르는 곳에 가면 다양하고 상태가 좋은 운동기구들도 많이 있다. 
내가 단골로 오자마자 사용하는 것이 거꾸로인데,
거꾸로 매달려서 세상을 보면 시원하기도 하고 매일 바뀌는 날씨에 따라 기분도 천차만별...

매일 이곳에 도착하면 '거꾸로'부터 시작하곤 했는데 요즘에는 상황이 좀 변했다. 
이곳 사람들이 '떠벌이 아저씨들'이라고 부르는 팀이 있는데
정상으로 운동가면 몇 분이 늘 계셨는데 한번은 거꾸로에 매달려 있는데 이상한 대화가 들린다. 
잡담하는 것은 들어주겠는데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여자 이야기를 공공 장소에서 마구 한다. 
그 연세에 산에서 만나서 아줌마 헌팅해서 같이 등산하고 내려와서 밥 먹은 이야기도 하고 (술도 먹지 않았을까...)
아줌마들의 모습을 서로 히히덕거리면서 말하고 듣다 못해 한마디 말하고 바로 그곳을 떠나서 다른 곳으로 갔는데...
그 날 이후로는 그 팀이 있으면 다른 곳으로 내려갔다가 떠날 시간이 되면 집으로 내려가는 길에 못한 운동 하곤 한다.

떠벌이 아저씨 한 분이 겨울에 조용해서 오랜만에 뵈서 반갑다고 인사를 했는데...
다른 떠벌이 아저씨들과 한 패가 되어 엄청 시끄럽다. 
코로나가 난리인 이 때에 사람이 없어서 꽃구경 다니가가 너무 좋다나...
어느 날 이후에 그 팀과는 대화를 하지 않는다. 

떠벌이 팀이 6시 이후에 차지하기 전에 5시에 나오면 조용히 운동이 가능하다. 
새벽에 가면 '장화' 아저씨가 장화를 벋고 맨발로 운동을 하신다. 내가 가면 내려가실 시간.
요즘 일하시는 고등학교가 코로나 때문에 휴교라 일도 안 나가시는데 새벽에 잠이 안와서 운동 나오신다고.
오랜만에 뵈니 반가웠다. 

떠벌이팀 때문에 오전 운동팀이 3팀으로 갈라졌는데 일명 'before 떠벌이', 'during 떠벌이'와 'after 떠벌이'팀이다. 
나는 시간이 애매해서 'in-between 떠벌이' 타임인데 떠벌이 팀이 오기 전에 정상에만 있는 기구 하다가
오는 소리 들리면 아래로 잽싸게 내려갔다가 떠날 시간이 되면 다시 돌아와서 'after 떠벌이'팀에 합류. 
 
그 중 한 분은 작년 새벽에 운동다닐 때 만나곤 했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인사를 했더니 
겨울에 겨울잠을 주무셔서 안 나오셨다고... 계속 겨울잠 주무시지 왜 나오셔서 떠벌이팀에 합류해 새벽 좋은 공기 다 흐려놓고...
상종하면 안 될 것 같아 그 이후로는 만나도 아는 척 하지 않는데 중간에 오가가면서 만나면 
왜 자기 때문에 운동 안하냐고 묻는다. 이유를 모르시나? 다른 사람들도 그 팀 있으면 그 곳 통과하는 사람들 많음을? 

오늘도 비가 부슬비처럼 내리는데 어제 휴관해서 나오셨는지 정상이 떠들썩하다. 
운동 왔으면 얌전히 운동만 하고 가시지 동네 아줌마들하고 수다가 너무 심하다. 
작업 걸어서 내려가서 만날 약속도 하는 것을 보았다. 동네에서 이러면 안되는데~~

며칠 전에는 어떤 아줌마가 거꾸로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더니 뭐 '허리가 잘룩하네...' 하면서 낄낄거린다.
듣는 아줌마도 기분이 나쁘진 않은지 대꾸하시는데... 이건 아니다 싶다.
오늘도 한 아줌마에게 '처녀같다고...' 말을 건내는데 지나가면서 슬쩍 보니
머리는 꼽슬꼽슬하게 지진 영락없는 할머니의 모습이다.

그냥 훽 지나서 아래에 있는 운동기구로 향한다. 아래 운동기구로 가는 길에 원판돌리기 운동하고
운동기구 있는 아래 터에 내려가면 또 다른 무리는 할아버지들이 계시다. 
그 분들은 운동은 하지 않고 입만 들고 오시는데 많이 심심하신가부다. 
나오는 시간도 일정하지 않으신데 연락하고 오시는지 꼭 3-4명이 한 그룹으로 모여서 벤치에서 나름 디지털 정보도 교환하신다. 

선거 전에는 현 정부 모임 때 다 돈 주고 사람들 모이게 했다는 등 정보도 없는 말도 안되는 정부 욕만 하더니만
그때는 나도 듣다가 화가 나서 '저도 그 모임 갔는데 돈 안 받았거든요...' 한 마디 했는데 
얼마 후에 뵌 다른 아주머니 팀이 그 분들 그 자리에서 떠들기로 유명하시다고... 

선거가 끝나고 코로나도 잠잠해 지니 정부 욕거리가 없는지 이번에는 새벽에 모여서 관공서 직원들 욕을 하신다. 
정부 욕할 건수가 없는지 이틀 전에는 국가재난지원금 신청하는 건으로 대화를 하시는 것 같더니 
나름 정보를 교환하신다. 인터넷으로 하면 되는데, 은행가서 하는 것은 일주일 후부터 시작하고
인터넷을 들어가 보셨는지 지원금을 받지 않고 기부하기를 유도하려고 그 아이콘을 크게 만들었나 보다.
그거 한번 클릭하면 취소가 안되서 주민센터에 또 가야 한다고 또 정부 욕을 하시는데...

얼마 전에 재산이 많아서 세금을 많이 냈다고 자랑하시더니만... 기부를 유도하는 정부의 조치에 불만이 높다. 
받아낼 건 다 받아 챙기고 뒤에서 욕하고 그러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정상에서 운동하면서 종종 만나는 같은 비슷한 연배의 어르신들은 정신이 맑으시다. 
나도 운동하다가 듣기가 좋아서 '네 정부가 잘하는 것은 칭찬 해야지요...' 하면서 맞장을 놓았었는데... 
아래에서 만나는 어르신 팀들은 입만 들고 와서 매일 욕만 하신다.
어제는 비가 많이 와서 휴관이었고 오늘도 오셨는데 오늘은 욕할 건수가 없는지 잡담 좀 떠시다가 내려가신다.  

큰 활차머신 25회, 각종 맨손체조, 스퀴시 동작 등등 하고 나면 온몸이 개운해진다.
할아버지 팀들이 가셔서 그분들 앉으셨던 공간으로 올라가 윗몸일으키기도 하고... 어제부터 계속 내리던 비는 아직도 내리고 있다. 스트레칭 운동하면서 난간에 매달린 물방울이 너무 이쁘다. 운동기구가 있는 장소에 아카시아 나무가 만발했다. 

다시 돌아서 정상으로 올리가는 길 물을 머금은 나무의 푸름에 눈이 간다. 주말에 매일 뛰시는 남자분도 보이고. 평일에는 회사를 계속 다니시는 분 같은데. 요즘은 주말만 달리기 하는 사람 중에 주중에도 뛰는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로 직장을 잃었나 싶은데... 물어볼 수도 없고.

올라가면서 폐타이어 땅에 박아서 스트레칭 하는 곳이 있다. 그 곳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을 매일매일 새로운데... (위 오른쪽 사진) 오늘은 비가 와서 하늘은 흐린데 나무의 초록은 선명하다. 오른쪽 사진은 3월에 하늘이 맑을 때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 곳에서 스트레칭 할 때 한쪽에서 매일 뽕짝 틀으면서 운동하시는 분이 계신데 오늘은 결석인가 보다. 조용하다. 그분도 나름 규칙적인 생활을 하신다.

정상에 올라가니 떠벌이팀이 떠나고 낮익은 아줌마팀하고 쌍문동 아저씨가 보인다. 거꾸로, 트위스트, 공중걷기, 워킹스레이터, 서서 양다리뱅뱅돌리기(서핑롤링), 등.허리펴기, 벤치에 앉아서 목 돌리기 운동을 하고 마지막으로 기구에 다리 올려서 펴기를 양쪽 백번 세면서 하면 아래에서 못한 나머지 운동 마감. 쌍문동 아저씨가 아카시아꽃을 따서 주셨는데 먹어보니 향긋하니 좋다. 아카시아 꽃 넣고 비누 만들면 이쁘다 하시는데 비누공예라도 배울까 싶다.

떠벌이 아저씨팀 이전 팀이 떠벌이팀 오기 전에 쫙 빠진다. 떠벌이팀이 운동한 후에는 또 쫙 빠지고, 잠시 조용하다가 아줌마팀하고 쌍문동 아저씨가 운동하는데 어떨 때는 아줌마들하고 잡담 떠느라 그 아저씨가 더 시끄럽다~~ 떠벌이팀은 이상한 말들을 해서 피하는데 어떨 때는 그 분 잡담도 시끄러운데... 운동하다가 잡담이 발동 걸리면 운동 그만두고 벤치에 앉아서 수다모드 진입 ㅋ~~ 그래도 그 아저씨는 뒤끝이 깨끗해서 여러 아줌마들에게 인기가 좋다. 내가 그 아저씨에게 준 별명은 '반장'. 여기저기 참견하시고 발도 넗으셔서 운동하면서 떠드는 사람들 칠판에 이름도 적으시고 바쁘시면 줄반장 시키시라 했다. 

어느날은 새들이 너무 시끄러웠다. '왜 이리 시끄러워?' 하시길래 그 떠든 새들 이름도 칠판에 적으라고 했는데. 
떠든 사람(새): 떠벌이 아저씨들, 참새 1, 참새 2, 까치 1, 까치 2
부선떠는 친구(새): 청솔모 등등... 

공원에 토끼가 두 마리 있는데 일년 전에는 몇 마리 있었다. 나머지 토끼들은 어떤 남자분들이 잡아서 먹었다고. 이럴 때는 사람이 싫다. 회색 토끼(오른쪽 사진)는 개만 보면 정신없이 도망가는데 개 주인이 개를 풀어놓으면 본능적으로 토끼에게 달려들기 때문이다. 이 토끼는 개는 무서워하는데 사람은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사람들 다니는 길로 여유롭게 돌아다니고 길바닥에서 배 깔고 누워있다. 나 잡아가라 하고~~ 개줄 묶어도 묶일 판... 

집토끼를 주인이 기르지 못해서 풀어놓은 것인데 이제는 산토끼가 되어 산에서 겨울도 너끈히 난다. 운동오는 사람들이 토끼 먹으라고 야채도 갖다 주고... 이 애도 안 보이면 왠지 불안하다. 뭐 잘못된 일이 있나 싶어... 옆 마실로 이동했나? 토끼 짝은 없고 아쉬운대로 청솔모하고 바람났나? 토끼 야채 대시는 분이 계시는데 이름을 모르니 운동하다가 대화 내용으로 별명을 만들어 부른다. 일명 '미역국' 아저씨. 

운동하다가 대화를 하는데 부인 이야기를 하다가 펜클럽 다니느라 바뻐서 아저씨 밥도 안 해 주고 돌아다니신다고. 그럼 평상시 뭘 드시냐 물으니 요즘 메뉴는 '미역국'. 곰국 안 끊이면 다행이라고 하니 껄껄 웃으시면서 '요즘 삼식이가 어디 있냐?'라고 하신다. 그러면서 빨리 내려가서 된장찌게 끓여 드셔야 한다고 내려가신다. 얼마 전에는 표정이 영이시던데 올라가다가 새똥을 모자에 맞았다고 기분 나빠서 운동 안하고 내려가신다고. 나는 속으로 ㅋㅋ 웃으면서 '그거 로또 감인데...' 생각했다. 

코로나로 꼼짝을 못하니 사람 만날 일이 새벽에 운동할 때가 거의 다이다. 산에서 나름 규칙적으로 생활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 올라가는 길에 벤치에 앉아서 사탕 드시고 쓰레기 훽 버리는 할머니, 불규칙한 시간에 나오셔서 모든 산에 있는 나무를 '톡톡' 건드리며 슬로우 모션으로 걸어다니시는 아주머니 (일명 '톡톡 사모님'), 매일 아퍼서 에고에고 하면서 아래에서 기구운동하시는 '걸어다니는 종합병원'. 허리 다친 후 의사가 수술하란 말 안 듯고 몇년째 정상으로 운동다시는 분 (일명 '발바리 사모님'). 아픈 허리 이끌고 운동기구를 전전할 때 보면 완전 발바리다 ㅋ... 짝으로 다니시는 아주머니들 몇 팀, 시간이 되면 정상으로 두 명이 한 팀으로 다리 절뚝더리면서 내려오시는 아주머니, 강아지 데리고 올라오다가 정상에서 풀어주고 매일 목메어 강아지를 부르는 강쥐주인 아저씨, 일정 구간을 가면 매일 쿵후하면서 기운동하시는 분, 바위 위에서 가부좌하고 도 딱으시는 분, 일정 구간을 헉헉대면 뛰는 주말파 마라토너들, 음담패설 좋아하시는 떠벌이팀, 운동 안하시고 입만 들고 오시고 정부, 관공서 욕하고 정보 교환하시는 할아버지팀... 다들 나름대로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가진다.  

내려오는 길에 까치가 핸폰에 잡혔다. 벤치에서 윗몸펴기 20회, 약수터 전에 철봉에 매달려서 팔펴기 50회하면 산책 끝. 물 떨어진 날에는 물통 약수터에 던져놓고 물 담아서 집으로 간다. 집에 도착하니 배가 출출하다. 밥 올리고 언니 집으로 간 후 남은 재고 나물반찬하고 갈치찌게 꺼내서 슥삭슥삭 비벼먹으니 운동한 후는 무엇을 먹어도 꿀맛. 이렇게 코로나 비상시국을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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