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번 째 이야기입니다. 보석십자수는 <석양의 해바라기>인데 2+1으로 사은품으로 왔네요. 작품은 아니고 작업시간은 2.5일 소요되었습니다.
작업 중에 적은 병원생활 일지입니다.
2021년 9월 4일(토): 심리극, '교통표지판과 내 인생'
날씨는 맑음. 새벽에 안 깨고 5시 기상.
이 날부터 일지에 그날 한 일 위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6시 소등, 산책 하루 두 번(오전 7시, 오후 8:45분) 하고, 수업 들어가고, 투약 하루 4번, 3번 식사, 샤워하고, 10시 점등, 11시 TV끄고 취침. 그리고 남은 시간은 죽어라고 비즈 작업을 했습니다. 하루 24시간을 이렇게 생활하다 보면 24시간이 얼마나 긴지 놀라곤 합니다.
그리고 보호자인 언니하고 계속 마찰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매일 택배로 물건 사고(매일 먹는 식빵, 크림치즈, 치약, 샴푸, 빨래비누 등), 도착하고. 약 너무 많다고 버티면서 안 먹으려 했던 친구가 병원생활 적응을 잘 하고 있는데 퇴원했고, 정신이 온전해 보이지 않고(?) 잘 걷지도 못하고 혼자 알아들을 수 없는 욕을 습관적으로 하는 새 환자가 왔습니다.
정신병동이다 보니 보통 정신이 왔다갔다 하는 환자는 일반병동에 들어오게 하지 않는데 그 환자가 일반병실을 고집한 것 같습니다. 분위기가 자주 오는 환자인 것 같은데 간호원들이 그 분의 습성을 잘 아는 것 같더군요. 다른 친구들이 새 환자로 분위기가 싸~해지자 긴장을 했던 기억.
토요일 오전에 있는 심리극에 참여를 하지 않았는데(개인 문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까발려지기 때문에 꺼려서), 용기를 내서 처음으로 들어갔네요. 도로의 표지판이 우리 인생과 비슷하다고 하면서 도로표지판을 선택하고 나의 인생과 매칭을 시키는 발표과제였습니다. 심리극에서 제가 발표한 내용이 일지에 적혀 있습니다. 내용을 보니 말을 제대로(?) 했습니다. 지금 그 길을 가고 있는지 모르지만..."내가 선택한 도로표지판은 '눈비조심, 터널, 일방통행, END표지판'이다. 1. <눈비조심> 지금까지 눈에 미끄러지고 비가 많이 내리는 우여곡절이 많은 인생을 살았다(넘어지고 자빠지는...). 2. 그런데 나는 지금 '병원'이란 <터널>을 지나고 있다. 그 터널의 입구는 어둡지만 터널을 지나면 밝은 빛이 기다리고 있다. 3. 터널을 나오니 <일방통행> 표지판이 나온다(Y자가 아닌 선택이 없고 U턴도 안되는 일방통행). 4. 일방통행을 지나니 도로 끝을 알리는 <END> 표지판이 나온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
2021년 9월 5일(일): 평화가 찾아온 방
날씨는 맑음. 3:30 깨서 못 자고 기상 후 기도드리고, 운동은 러닝머신 오전/오후 2시간 하고 어제와 붕어빵 같은 스케줄입니다.
새로 온 환자가 전날 저녁 8시에 자기가 자야한다고 6인실 방의 불을 확 꺼버려서, 10시가 점등시간이라고 말하면서 제가 다시 불을 켰습니다. 그 친구 안 보여서 간호원에게 물었더니 관리가 힘든 환자로 인정되 별도로 관리하는 스테이션 옆에 있는 병실로 데려갔더군요. 그 분은 며칠 있다가 퇴원했더군요. 늘 그랬다고... 그래서 우리 병실은 다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
2021년 9월 6일(월): 비즈 <석양의 해바라기> 완성
날씨는 비옴. 전날처럼 새벽 3:30에 깨서 또 못 잤습니다. 운동 러닝머신 오전/오후 2시간 하고 어제도 똑같습니다. 해바라기 비즈를 마감하고 오후에 그 다음 십자수 작업을 준비했네요. 잠을 못자니 비몽사몽 간에 헤롱거리면서 했을 것입니다. 샤워를 오전 운동하고 오후 운동하고 두 번을 했는데, 비즈 작업을 위해 시간을 절약하려고 언제부터인지 하루 저녁에 한 번만 했습니다.
----------------
<석양의 해바라기>를 작업하고 조금 떨어져서 보니 제가 한 기억도 없는 석양의 하늘 아래 산과 산 위의 나무들도 보입니다. 신기했던 기억입니다. '와! 못 본 경치가 있네?' 그리고 미류의 보호자인 제가 입원을 하고 있어서 동사무소에서 약간의 보조비가 나올 수 있다고 해서 신청을 했더군요. 언니가 많이 고생했는데 딸이 신청해야 해서 같이 가서 서류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오른쪽 사진은 며칠 전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한참 못 본 자연을 보니 자연이 얼마나 고마운지요? 해바라기 비즈를 하면서 작업할 때는 못 본 풍경을 조금 떨어져서 보면 보이듯이, 자연 사진도 보고 찍을 때는 보이지 않아도 찍은 것을 통해 다시 보이는 풍경이 있습니다.
퇴원 후 병실에서 하루 24시간을 살고 비즈작업하면서 지냈던 생활도 그 구석구석을 보면 놓쳤던 순간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해바라기는 제가 무척 좋아하는 꽃인데 돈과 부를 가지고 온다고 해서 병실에서 비즈 작업하는 환우들이 많이 선택하는 아이템입니다. 보통 뚜렸한 해바라기들이 있는 것을 선택하지만... 그것도 커다란 크기로 선택합니다. 그런 것 집에 걸면 정신이 없을 것 같은데... 아무튼 제가 선택한 것, 택배로 서비스로 받은 것, 다른 친구에게서 받은 것 더하니 3달 동안 해바라기만 5개를 작업했습니다.
'엄마가쓰는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병원일지8: 비즈 <마리아의 기도> (2021.09.09-09.12) (0) | 2021.11.22 |
---|---|
병원일지7: 비즈 <그리스 산토리니> (2021.09.06-09.08) (1) | 2021.11.22 |
병원일지 5: 비즈 <장미와 화병> (2021.09.01-09.03) (0) | 2021.11.21 |
병원일지 4: 비즈 <고흐: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2021.08.30-09.01) (0) | 2021.11.21 |
병원일지 3: 비즈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 (2021.08.26-08.29) (0) | 2021.11.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