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눈을 떠보니 날씨가 엄청 추웠습니다. 놀래서 긴 옷을 찾아서 입고 난방부터 했지요. 그리고 베란다 문을 다 걸어 잠그고 미류 방으로 갔더니 창문을 다 열어놓고 자고 있네요. 미동도 안해서 애가 살아있나 확인하고(?) 창문을 이중으로 닫았습니다.
7시에 산책을 나셨습니다. 마류는 어느 때처럼 나가기를 거부합니다. 매일 컴 앞에 앉아 예능 프로그램 보고 갤럭시 노트와 핸드폰 이렇게 3개를 가지고 놀고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같은 자세라 한 마디 해 주었더니 따져대고 밥도 거부하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엄마는 기가 죽어서 아이 잔소리를 듣고 살고 있습니다. 말을 하면 ‘말이 많다. 내가 다 알아서 하겠다.’ 하고 대꾸를 안 하면 ‘대답 좀 해라’인데 엄마보고 어쩌란 말인지 도통 모르겠네요.
날이 싸늘해지면서 코끝도 찡하고 그림자가 한결 길어졌네요. 제 그림자를 밟으면서 걷는 것도 나쁘지 않더군요. 저희 아파트는 도봉산 자락에 있지요. 멀리 보이는 도봉산의 모습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솓아 있습니다. 둘리공원으로 돌아서 내려오는 길 밤송이들이 가득합니다.
누군가가 가지고 갔는지 밤은 다 비어있습니다. 8월말에 큰 비가 왔을 때 큰 나무들이 뽑히지 않았을까 했는데 뿌리가 실한지 미동도 하지 않았네요. 잠시 서서 나의 뿌리는 어떨까 생각해 보았지요. 얼마나 실할까? 곧 뽑히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에 TV뉴스를 보니 이전에 심은 가로수 플라터나스가 수명이 40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수명을 다 한 가로수들이 뿌리가 뽑혀 차들을 덥쳤다고 하네요. 그래서 일부의 나무들에 위험표시가 붙여지고 접근을 하지 못하게 하더군요. 뿌리가 튼튼해야 나의 수명도 길어지고 건강함을 모두에게 전할 수 있겠지요.
오래 전 미류가 아가였을 때 지금 동네 교회를 다녔는데 그림 미술치료가 있었습니다. 배우면서 스스로에게도 아이에게도 적용하자는 의도였는데… 어느 날 나무를 그리라 하네요. 나무에 옹이를 그리고 저와 아이와 벤치에 앉아있는 그림을 그렸지요.
지도하시는 원로 권사님이 나무의 <옹이>는 마음 깊이 상처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에 읽은 틱낫한 스님의 ‘내 안의 아이’에 대한 치유가 떠올랐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내 안에 우는 바람’이라는 우리나라 영화가 있습니다. 시간, 기억, 죽음을 소재로 한 1997년 제작된 전수일 감독의 옴니버스드라마 영화라고 하네요.
내려오는 길에 작은 옹이가 있는 나무가 있네요. 나의 옹이는, 내 안의 6살 된 아이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늘은 빨리 산책하지 않았습니다. 천천히 명상하듯 걸으면서 길 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도 나누고 강아지 이야기도 하고 그러니 마음이 상쾌했습니다. 내 마음 속의 옹이를 6살 된 나를 그리고 6살 된 부모님을 내 안에서 만날 수 있을지…
정신분석학에서는 태어나서 3살까지를 가장 중요한 시기로 보고, 6살 전에 많은 부분이 결정된다고 본다고 합니다. 그러니 나의 뿌리는 3살에서 6살까지 결정된다고 볼 수 있겠지요. 내 안의 아이가 우는 아이에서 웃는 아이로 상처받은 아이에서 치유된 아이로 돕기 위해서는 명상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틱낫한 스님의 '내 안의 아이 치유하기' <화해(reconciliation)>라는 책이 있습니다. 시간이 허락할 때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 안의 아이를 찾아서 사랑하고 치유하고 화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아래 좋은 글이 있어서 공유합니다.
1. 잘못된 곳에 마음을 두지 말자
어린 시절 학대를 받았다면 보고 듣는 거의 모든 것들이 그 학대 이미지와 연결되어 우리를 우울한 과거로 되돌아가게 한다. 그렇게 과거의 이미지와 늘 만나다 보면 두려움, 화, 절망감이 일어날 것이다. 불교에서 이를 ‘잘못된 곳에 마음 두기(inappropriate attention)’ 라 부른다. 그것이 지금 이 순간을 버리고 오랜 고통의 장소인 과거로 되돌아가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의력이 그 옛 장소로, 옛 이미지로 되돌아가는 순간을 응시하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에게 그렇게 일어나는 슬픔, 두려움, 고통을 다루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이다. (P47)
[출처] 독서경영 좋은글 - 화해, 내안의 아이 치유하기|작성자 큐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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