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근처에 학마을다사랑 센터라고 책을 빌릴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요즘 머리가 둔탁해서 심리학 책을 많이 빌려 읽는 편이다.
어제 올린 존 G. 밀러의 "QBQ(The Question Behind The Question)를 읽고 크리스토프 앙드레의 '안고 갈 사람, 버리고 갈 사람: Je resiste aux personalites toxiques (et autres casse-pieds) '를 읽으니 머리 구조가 또 바뀐다.
어제 아침에 미류 학교 가기 전에 앞산 조깅을 한 시간 넘게 했는데 무리를 한 것 같다. 길 잘 아는 동네 아줌마 따라서 갔는데 내려올 때 길을 헤매서 아침부터 무리였나 보다.
전철에서 읽을 책들도 마을 도서관에서 빌리니 갑자기 허기가 져서 집에 들렸다 밥 먹고 인천으로 출발했다.
한지 공예를 하러 일주에 하루 인천으로 가는데 (버스타고 전철타고 걷고...) 오전 스케줄이 힘들었는지 전철에 앉자마자 졸음이 쏟아진다. 체면이고 뭐고 계속 하품만 하면서 갔는데.
자다, 책 읽다를 반복하면서 가는데 전철에서 내리니 날씨는 찜통이 따로 없다. 더위를 먹었는지 동인천에서 내려 신포지하상가 출구도 잘못 나와서 고생했는데.
여름이 지나는 문턱이라 지하상가에 땡 물건들이 많아 눈요기하다가 2장에 5천원하는 옷 네 벌 만원에 건지고 딸딸이 끌고 이닥 한지공예로 향했다.
졸다가 가는 길 반도 못 읽고 나머지는 집으로 가면서 읽었는데 내용과 삽화가 매우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일주일에 정기적으로 나가야 하는 일이 있는데,
하루는 인천 한지공예, 1:1 수업인데 오전 10시 출발해서 밤에 도착한다.
하루는 일산 병원, 하루는 양평 집 관리로 1박 2일이나 3일
그리고 교회 (양평 교회도 정리를 못하기도 해 요즘 거의 빠지고 있다).
오늘 병원에서 외래를 보면서 하루에도 소화했던 스케줄을 하루에 하나씩 하기로 했다고 담당샘에게 설명하고
하나 스케줄만 소화하고 집에 오니 몸이 많이 편하다. 약 기다리면서 1층에서 세일 물건도 건지고...
집에 돌아와 미류 오기 전에 집도 치우고 먹일 것도 준비하고... 아무튼...
QBQ는 '왜', '언제', '누가'가 아니라 '무엇' 또는 '어떻게'로 시작하고.
그리고 '그들', '우리', '당신'이 아닌 '나'를 포함한다, 그리고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고 되어 있다.
그냥 재미있어 보여 집어 든 '안고 갈 사람, 버리고 갈 사람'은 QBQ의 반대 시점으로 저술하였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QBQ가 '나'를 이야기하고 있다면, '안고 버리고'는 '너'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 심리학적으로 시선만 바꾸면 '나'가 '너'가 될 수 있고 'You'가 'I'가 될 수 있다.
부제로는 '민폐형 인간에게 시달리는 마음 여린 사람들을 위한 관계의 심리학'이라고 되어 있다.
여기에서 너란 '민폐형 인간'들을 유형별로 6가지로 분류해 분석하고,
결국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을 위한 조언을 덧붙힌다.
(마치 시작은 '그들'은 악인 '우리'는 선인으로 보이는데... 나중에는 이 둘이 섞이게 된다.)
어떨 때는 그들이 변화할 수 있도록 돕고, 어떤 때는 그들에게도 좋은 면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내 인생에서 안고 갈 사람과 버리고 가야 할 사람을 구분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책의 목차만 보아도 책 구성을 한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각 6가지 유형의 민폐형 인간의 성격이 나에게도 있는 것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는
check list를 각 유형별 민폐형 인간들의 소개와 함께 제공함으로 나는 어떤 유형의 민폐형 인간에 속할 수 있는지도 분석할 수 있다.
예로, 스트레스 반응 성향.... 내게도?
아니다=0점, 대체로 아니다=1점, 대체로 그렇다=2점, 그렇다=3점
0-5점: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6-10점: 약간의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
11점 이상: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9장에서 민폐형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아홉 가지 액션 플랜을 제공한다.
(자료 참조 및 발췌: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뮈조 그림, 이세진 옮김, 푸른숲 출판)
크리스토프 앙드레(Christophe Andre)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정신과 전문의로 2006년 "나라서 참 다행이다 Imparfaits, libres et heureux"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면서 프랑스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국민 작가로 부상했다. 현재까지 파리 생탄 병원 인지행동치료 분과에서 우울증 및 불안장애 치료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다.
삽화를 그린 뮈조(Muzo)는 프랑스의 대표적 좌파 일간지 <리베라사옹>에 만평을 실으며 유명해진 일러스트레이터로 창의적이면서도 풍자적인 시각이 돋보이는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책 표지 소개글 중)
저자에 의하면 일상을 뒤흔들어놓는 민폐형 인간들의 유형는 다음과 같다. (들어가는 글 중에서)
1. '나, 나, 나밖에 모르는 인간' - 자기애성 인격장애자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에게 시달리지 않는 법
2. '그래 봤자 잘 안 될 텐데, 뭐." - 부정적인 사람
뭐든 삐딱하게만 보는 사람에게 말려들지 않는 법
3. "이거 봐라.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거 아냐?" - 편집성 인격장애자
사사건건 의심하는 사람에게 질리지 않는 법
4. "여기, 날 좋아해줄 사람 없나요?" - 연극성 인격장애자
끊임없이 관심받기를 바라는 사람과 얽히지 않는 법
5. "모든 게 완벽하게 굴러가야 해!" - 스트레스 반응 성향자
누구든 이기려드는 사람을 자극시키지 않는 법
6 "주위 사람들이 잘나가면 눈꼴시어." - 변태성 인격장애자
남의 고통에 기뻐하는 사람을 웃으며 상대하는 법
7. "아니, 아니 나한테 그런 말투로 말하지 마!" - 수동공격성 인격장애자
불만을 드러내는 데 서툰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는 법
그리고 9장에서 저자는 이러한 민폐형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9가지 액션 플랜을 제시한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인간의 본성을 더 잘 알게 되고 스스로를 다시 돌아볼 수 있다고 하며
그는 '그들은 문제이자 기회다'고 하며 9가지 액션 플랜을 제시한다.
하나, "겸손하라"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에게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
둘, "자기 통찰력을 가져라" 그들에 대한 시선을 자신에게로 돌려보게 되면 문제의식이 자신에게로 향하게 된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존재가 되었을지도... 타인을 향한 가치판단은 단순히 상대에 대한 확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통로로 이어진다.
셋, "의식적으로 냉정을 유지하라" 라 로슈푸코는 "너무 격렬한 미움에 휩싸이면 미운 그들보다도 못한 인간이 된다."고 했다.
마음이 평온할 때에는 문제가 발생해도 크게 짜증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신경이 날카로워졌을 때에는 별일 아닌데도 짜증이 솟구친다.
짜증나는 인간에 대한 미움이 가득 찰수록 의식적으로라도 스스로에게 냉정해져야만 한다.
넷, "적극적으로 인내하라" 인내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미덕을 가장한 절망의 소극적 형태"인 좌절과 실의의 인내(풍자 작가 앰 브로스 비어스의 묘사)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들을 기다릴 줄 아는" 적극적이고 명철한 인내(철학자 앙드레 콩트 스퐁빌의 정의)가 있다.
다섯, "공감 능력을 키워라" 공감 = 감정이입(empathie)이란 '상대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느끼는 일'을 뜻한다.
즉 공감은 상대의 입장에 설 수 있는 능력, 다른 사람의 관점을 차용하는 능력이다.
공감에는 많은 이점들이 있다. 크게, 공감하는 분위기를 일단 조성하고 나면
자신은 냉정함을 유지한 채 상대를 진정시킬 수 있는 감정점 이점과,
상대의 단점을 지적할 때조차 내 의견이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관계적 이점으로 나눌 수 있다.
문학과 영화는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여섯, "지적의 목적을 잊지 마라" 사람이 아니라 행동을 지적하는 것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규칙이다.
사실 사례보다 사람을 두고 지적하고픈 유혹이 크다. 그러나 지적의 목적이 무엇인지 잊지 말자.
타인의 변화를 돕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
일곱, '안 돼'와 '그만해' 스스로를 보호하고 한계를 정한다. 누군가에 대해서 불평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가 그 사람에게 이런 애기를 제대로 한 적은 있었나? 최소한 조율해보려는 시도라도 해보았나?
말해보지도 않고 미리부터 '소용없어'라고 단정 지었던 건 아니었나?
여덟, "인정하라" 성격이 까다로운 사람들일수록 마음이 여리기 때문에 그들의 좋은 점에 대한 충분한 인정이 필요하다.
문제를 지적하되 장점은 높이 살 것. 그래야 그들에게 변화가 일어난다.
아홉, "자기 자신을 돌봐라" 이러한 노력을 쏟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자신을 돌봄으로써 채워진다.
물리적으로 그들과 떨어져 있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혼자 그들을 상대하지 말고 반드시 대화를 나누고 의논할 수 있는 지인들이 필요하다.
부정적인 감정은 자신도 모르게 전염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의 기본 원리로 관계란 실망과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
마지막 10장 '홀가분한 인간관계를 위하여'에서 저자는 '인류의 생존을 위한 무기, 심리 다양성'이 있는 것은 다행이라고 한다.
한 예로 회사 내에 여러 부서가 있으며 부서마다 필요로 하는 성향이 다르다.
법무 부서나 행정 부서는 편집증적이라고 할 문제를 파악하는 사람들이
판매 부서에는 연극성 인격을 지닌 이들이, 생산 부서에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재정 부서에서는 다소 비관적인 사람들이 있어야 회사가 효율적으로 돌아간다.
대표 자리 정도는 어느 정도 자기애성 인격을 갖기 마련.
우리 사회도 누구에게나 자기에 맞는 자리가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이야기한 '민폐성 인간들'도 자기 역할을 찾기만 하면 모두에게 필요한 존재.
민폐형 인간들을 위한 심리치료 5단계
까다로운 성격을 지닌 사람들의 세계관은 나름대로의 정신적 체계를 갖추고 있다.
자신이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문제가 생겼을 떄 남에게 원인을 전가한다.
따라서 그들에게 자신을 치료한다는 것은 자기 확신을 무너뜨려야 하는 것과 같다.
대다수의 그들이 심리치료를 거부하는 것도 당연하다.
아래의 5가지 인지 심리치료 과정을 소개한다.
1.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문제들이 대개 남이 아니라 자신 때문에 일어난다는 자각을 가질 수 있게 돕는다.
2. 그들이 왜 남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지 함께 고민해 본다.
'나는 계속 살아갈 아무런 기치도 없는 인간이야'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 생각을 따르거나,
대항하거나, 회피하게 된다.
3. 그들이 일으키는 문제 행동의 근원을 찾는 과정이다.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는 어떠했는가?'
'성장 과정에서 그들은 어떤 가치관을 물려받았는가?' '청소년기에 어떤 사람들을 만났는지?' 등등...
4. 기존의 방식과 다른 새로운 방법들을 모색할 수 있게 돕는다. 그들이 주위 사람들을 성가시게 하는 이유는
대개 자기 문제를 해결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5. 이러한 치료 과정에서 차츰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했던 사람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치료에 의존해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리고 그들이 삶 속으로 들어가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치유와 성장을 계속해나갈 수 있게 유도한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도 분명히, 누군가에게는 짜증나는 인간이라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일부러 악하게 구는 사람은 없다."
그들을 거부하기 보다는 적당한 한계를 정해주라. 변화의 여지를 주자. 그들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바꾸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상대를 변화시키는 건, 바로 상대를 존중하는 시선에서 시작된다.
그들을 받아들여야야 할 또 다른 이유.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해보라.
스스로가 자랑스러워하는 장점이 부분적으로 자신의 단점과 관련이 있지 않은가?
저자는 마지막으로 라 로슈푸코의 말을 인용한다. "약을 만들 때 유독한 성분이 조금 필요하듯이
덕을 이루는 데에는 악도 필요한다. 이 모든 것을 한데 잘 모으고 다스려 요긴하게 사용하는 것을 지혜라고 한다."
(자료 참조 및 자료 출처: '안고 갈 사람, 버리고 갈 사람'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뮈조 그림, 푸른숲 출판)
이 책은 풍자적이면서도 시니컬한 만화로 끝이 난다. 실제로 다루는 문제는 절대로 가벼운 문제는 아니지만,
일러스트레이터 뮈조의 창의적인 삽화로 무거우면서도 재미있고 재치있는 줄거리 설정이 눈에 띈다.
위의 일러스트레이트는 마지막 장에 있는 것이다.
존 G. 밀러의 QBQ와 반대의 시점에서 관계의 심리학을 펼치고 있지만, 결국 크리스토프 앙드레의 '안고 갈 사람, 버리고 갈 사람'과 'QBQ'는
같은 이야기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QBQ는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후자는 더 많고 다양한 무리의 사람들이 대상이지 싶다.
나도 2~3년 전부터 일이 풀리지 않으면서 '나' 때문에가 아니라 '사회', '너', '당시의 상황'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 생각했고
명랑했던 성격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아픔이 우리 아이에게 간 것 같이 미안하기만 하다).
크리스토프 앙드레가 말하는 7가지 유형의 인격장애자들에 대한 check list를 해 보려고 시도하다가 말았는데...
그가 설명하는 7가지의 인격장애자들의 특별한 성향들은 나를 돌아봄으로 나의 장점과 단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check list를 하지 않은 것은 시간 핑계였지만 실은 어떤 유형에 걸릴 지 두렵기도 하였고...
나는 어떤 유형의 인격장애자인가? 나의 장애는 이 큰 인간의 숲에서 나는 사람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럼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나의 이전의 모습은 포기하고 다른 역할을 찾아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인천을 전철과 걸어서 다니면서 지하에 큰 상가를 지나는데 세상에 정말 많은 직업이 있지 싶다.
경제가 안 좋아서 그런지 활발한 지하상가의 물건값은 바닥을 치고 있어 구경하는 재미에 사는 재미도 쏠쏠한데.
책을 읽고 생각해 보았다 "내가 힘들 때, 힘든 사람을 대할 때 진정으로 전화해서 만날 수 있는 지인이 있는가?"
몇 일 전 많이 힘이 들어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머리에 떠오르는 친구가 구체적으로 없었다.
책의 끝에 써 있듯이 "인생이 힘든 건 다 사람 때문"이라는데 사람 때문에 힘들 때 위로받을 친구가 없다고 생각하니 더 힘들어진다.
내가 안고 갈 사람은 누구이고, 버리고 갈 사람은 누구일까?
어수선한 전철에서 대부분의 책 내용을 읽어서 다시 처음부터 정독하려고 했는데 읽을 시간상 까다로운 사람들의 유형별 소개는 목차로 대신하고 9장과 10장 결론 부분만 정독으로 읽어가면서 내 생각과 같이 정리해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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